[시승기] ‘두 줄’로 내디딘 제네시스 GV80의 조심스러운 첫 발
[시승기] ‘두 줄’로 내디딘 제네시스 GV80의 조심스러운 첫 발
  • 박찬규 기자
  • 승인 2020.01.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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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 /사진: 박찬규

미리 말한다. 제네시스 GV80(지브이에이티)는 ‘생각처럼’ 큰 차가 아니다. 회사는 7인승임을 강조하지만 팰리세이드가 아닌, 싼타페나 쏘렌토 7인승을 떠올리면 크기 비교가 쉽겠다. 이는 언젠가 출시될 진정한 대형 플래그십 SUV, ‘GV90’의 자리를 남겨둔 것이니 아쉬워도 조금만 참자.

어쨌거나 GV80는 엄청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할 말이 꽤 많은 차다. 짧은 일정의 시승행사에서는 이 차에 탑재된 기능을 제대로 체험하기조차 어려웠다. 경쟁모델과 비교됐을 뿐,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차다 보니 모든 게 신선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V80 /사진: 박찬규

GV80는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GENESIS)’라는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처음 선보이는 후륜구동기반의 대형SUV다. 지난 4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네시스만의 감성을 담아 독자적인 럭셔리를 표현하려 한 차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기아차의 텔루라이드로 대형SUV의 가능성을 드러냈고 제네시스 G90, 신형 그랜저(IG FL)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분명히 했다. 덩치 큰 SUV는 물론 대형 고급세단을 만들며 쌓아온 여러 노하우를 접목해 처음 선보인 차가 GV80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해외 프리미엄브랜드의 전략처럼 톱-다운(Top-down) 방식, 즉 이왕이면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GV90를 내놓는 건 어땠을까 싶지만 제네시스의 기원은 G80였다는 점을 잊지 말자. 첫 시도인 만큼 시장에서 통할 만한 차를 먼저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GV90는 G90의 풀체인지 이후에나 볼 수 있다. 

제네시스 GV80 /사진: 박찬규

◆브랜드 디자인의 미래

제네시스는 GV80의 외관에 차별화된 디자인 방향성을 녹여냈다. 이른바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평.

앞모양에서는 큼지막한 방패처럼 생긴 크레스트그릴, 네개로 나뉜 LED 쿼드램프가 상징성을 더한다. 멀리서 보더라도 제네시스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철저히 신경 쓴 티가 난다. G90에서 먼저 선보인 디자인요소를 한층 발전시켰다. 고유의 디자인요소 ‘지-매트릭스’(G-Matrix)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외에도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전용 휠, 내장 등 곳곳에 적용했다.

특히 헤드램프 윗부분부터 휠하우스 위까지 이어지는 넓은 면은 그릴에서 시작하고 불쑥 솟아오른 보닛 후드와 대비된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어딘가 다른’ 디자인 포인트를 구현, 실제로 보면 꽤 우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측면에서는 앞에서부터 이어져온 면이 도어 상단을 지나며 선으로 바뀌고 우아한 볼륨감과 역동적 느낌으로 살아난다. 제네시스는 이 완만한 포물선을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으로 부른다. SUV임에도 낮고 역동적인 독특한 스탠스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시승한 GV80은 20인치 휠이 끼워졌다. 타이어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265/50R20 규격 /사진: 박찬규

또 최대 22인치 휠을 끼울 수 있는데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시승차는 조금 무난한 20인치였다. 

뒷모양은 제네시스 레터링 엠블럼이 가운데 늘어섰고, 테일램프는 전면 램프처럼 상하 2단으로 분리된 슬림형 쿼드 리어램프로 섬세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두 줄로 들어오는 방향지시등은 앞에서부터 옆을 지나 뒤까지 이어지는데 낮이나 밤이나 눈에 잘 띈다. 특히 측면 방향지시등을 사이드미러 대신 펜더에 설치한 건 다른 차가 쉽게 신호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승차의 컬러는 3가지 무광 컬러 중 하나인 ‘멜버른 그레이’였다. 무겁거나 가볍지 않은 중간 톤의, 금속느낌이 물씬 풍기는 회색이다. 유광은 8가지 컬러가 마련됐다. 

제네시스 GV80 인테리어 /사진: 박찬규

◆럭셔리 담은 실내

인테리어 컬러 패키지는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 ▲옵시디언 블랙/바닐라 베이지 투톤 ▲어반 브라운/바닐라 베이지 투톤 ▲울트라마린 블루/듄 베이지 투톤 ▲마룬 브라운/스모키 그린 투톤 등 총 5가지로 구분된다. 

시승차는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이었고 나파가죽시트가 적용됐다. 전시된 브라운/ 바닐라베이지 투톤 인테리어는 꽤 고급스러워보였다. 스티어링휠을 감싼 가죽도 투톤이기 때문. 

제네시스 GV80 2열 /사진: 박찬규

이런 컬러가 돋보이게 도와주는 실내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구성됐다. 여백의 미를 최대한 살려 곳곳에 여유로움을 표현했다. 전면부 중앙을 가로지르는 송풍구(에어벤트) 디자인을 통해 안정적인 공간감을 구현했고, 센터페시아의 조작버튼 수도 줄였다.

스티어링휠 디자인은 꽤 독특하다. GV80의 콘셉트카에서는 3스포크방식이었지만 양산형에서는 2스포크로 바뀌었다. 그동안 스포티한 차는 3스포크,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때는 4스포크를 쓰는 게 일반적인 디자인 공식처럼 통했다. 그런데 제네시스 GV80은 과감한 디자인으로 기능성과 상징성을 함께 살렸다. 

 

제네시스 GV80의 운전대 /사진: 박찬규

휠은 꽤 두툼하다. 예전 볼보차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2스포크방식이지만 9시와 3시방향 그립감도 만족스럽다. 휠을 돌리다가 버튼을 잘못 누를 일도 적게 디자인됐다.

센터콘솔도 독특하다. 기어레버 대신 변속 다이얼이 있다. 회전조작계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다. 다이얼 아래는 지-매트릭스 문양을 활용, 미끄러짐을 막으면서 디자인 통일감을 강조했고 상단은 크리스탈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콘솔 양쪽하단, 무릎이 닿는 곳에는 쿠션감이 살짝 느껴지는 가죽을 덧대 편안함을 강조했다. 

섬세한 조절이 가능한 운전석 시트와 그 아래 스피커 /사진: 박찬규

‘에르고 모션(Ergo motion) 시트’로 불리는 운전석 시트는 꽤 편안하다. 지나치게 푹신하거나 단단하지 않으면서 몸을 잘 지탱해준다. 시트는 7개 공기주머니가 들어있어 최적의 안락함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장거리운전에도 좋을 것 같다.

2열 시트는 전동식으로 조절 가능하며 통풍기능도 더해졌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면 아래 쿠션도 함께 각도와 위치가 달라진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최적의 자세를 유지하도록 한 설계다. 현장 관계자들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시트를 많이 참고했다고 전했다.

2열 가운데 시트 아랫부분에도 열선이 있는데 해당 기능은 운전자가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통해 직접 조작해야 한다. 물론 2열 나머지 시트 컨트롤도 가능하다. 

차에 타고 내리는 것도 높이가 적당하다. 더 높은 SUV는 차에 매달려 올라타야 하고, 이보다 낮으면 세단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전동식 사이드스텝은 선택품목으로 추가할 수 있다. 

14.5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 /사진: 박찬규

◆조용히 강한 가속감, 살짝 아쉬운 하체

GV80는 직렬 6기통(L6) 3.0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78마력(PS), 최대토크 60.0kg.m의 힘을 낸다. 시승차는 7인승 AWD모델이고 20인치 타이어가 끼워졌다. 복합연비는 10.6km/ℓ다.

엔진의 회전질감은 꽤 부드럽다. 보닛 후드를 열었을 때도 꽤 조용한 편이다. 실린더가 서로 마주보는 V형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가 작아 경량화에도 유리하다. 더구나 후륜구동기반인 만큼 엔진을 세로배치할 때 이점이 많다. 

GV80 오프로드 주행장면 /사진제공: 제네시스

가속은 정지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 굼뜬 느낌이 들지만 이후부터는 강한 힘이 꾸준히 전달돼 시속 100km를 넘어 때도 가슴을 압박한다. 앞차를 추월가속할 때도 힘이 충분하다. 가상사운드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브레이크는 부드럽다. 강하게 제동하며 확 꽂히는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멈춰 선다. 여성운전자가 차를 몰아도 브레이크 무게가 부담이 없겠다.

코너링은 저속이나 고속이나 만족스럽다. 차가 높아 출렁거리는 편이어서 자세가 불안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깔끔한 코너링을 보여줬다. 좌우 구동력을 배분해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후륜 e-LSD(전자식차동제한장치)도 적용됐는데 현대위아가 해당 부품을 만든다.

 

GV80의 프리뷰 전자제어서스펜션 /사진제공: 제네시스

승차감을 위한 새로운 기능도 있다. 이번에 최초로 적용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lectronically Controlled Suspension with Road Preview)’은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전방 노면정보를 사전에 인지, 그에 맞춰 서스펜션을 제어한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환경에서는 꽤 유용해 보인다.

다만 노면이 고르지 못해 충격이 반복되는 길에서는 잔 진동이 실내로 고스란히 넘어온다. 쇽업쇼버의 스트로크는 긴 편이다. 큰 충격을 걸러내는 것은 잘 하지만 작은 충격이 지속되면 승차감이 확 나빠진다. 완충장치들이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좋겠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 없지만 차를 구입할 때 분명 참고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소한 아쉬움이 있더라도 ‘험로 주행 모드(Multi Terrain Control)’도 적용됐으니 여러 주행환경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 참고로 GV80은 50cm깊이의 물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 

제네시스 GV80의 변속 다이얼과 터치 컨트롤러 /사진: 박찬규

◆첨단기능으로 제네시스만의 럭셔리 표현

GV80는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화려한 기능으로 무장했다. 물론 기존에 없던 첨단장비라는 점은 차별점이자 큰 무기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구현하려는 편안함과 고급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자신있는 것을 앞세워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전략인 셈.

하만의 최신 기술 중 하나인 ‘할로소닉’ 소음 제어 솔루션이 적용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특히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을 세계최초로 적용해 소재와 차체 구조 등 물리적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의 소음제어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이다. 

사진은 5인승 2열 시트 등받이 조절 버튼. 7인승은 3열 조작부도 있다. /사진: 박찬규

외에도 GV80에 적용된 신기술은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제네시스 카페이(Carpay, In-Car Payment)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 인식 조작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원격진단 기반 상담 서비스 ▲내차 주변 스마트폰 확인 기능 ▲발레 모드(Valet Mode) 등 다양한 상황에서 GV80 오너의 편의를 돕는 기능도 들어있다.

수년 전, 제네시스가 G80라는 모델을 내놨을 때 ‘엔트리 독일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디자인부터 주행감성이며 여러 요소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GV80는 그보다 한층 발전한 모습이다. 디자인과 성능은 물론 차 곳곳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고,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철학을 완성해가는 모습마저 보였다. 경쟁 브랜드를 넘어선 부분도 분명 있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누르고 있으면 해당 방향으로 스스로 차선변경을 한다. /사진: 박찬규

반면 아쉬움도 꽤 많이 남았다. 정확한 작동법을 모르면 쓰기 어려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해주는 기능’이라던가, 스스로 운전자의 성향과 습관을 파악하는 머신러닝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짧은 시간에 충분히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차의 성격도 그렇다.

어쨌든 제네시스브랜드가 GV80를 통해 럭셔리SUV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수준의 결과물이고, 나아가 앞으로 출시될 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라이벌로 꼽는 벤츠 GLE나 BMW X5와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선택품목을 적당히 고르면 그 경쟁력은 더욱 커진다. 

제네시스 GV80 /사진: 박찬규

다만 경쟁브랜드도 SUV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인 만큼 소비자는 한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다. 프리미엄은 스스로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사람이 인정해주는 가치다. 따라서 지불하는 비용만큼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번 시승을 통해 아쉬웠던 부분은 앞으로 출시될 고성능 SUV GV70을 통해 뛰어난 운동성능을, 럭셔리의 정수는 풀사이즈SUV GV90을 통해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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