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세대 K5, 전작보다 젊고 쏘나타보다 진중하게
[시승기] 3세대 K5, 전작보다 젊고 쏘나타보다 진중하게
  • 최정필 기자
  • 승인 2019.12.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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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K5를 타고 겨울비 내리는 야밤을 달렸다 /사진 : 최정필

‘올해의 마지막 신차’를 장식한 3세대 K5의 출시는 반가웠다. 스포츠카 못지 않은 강렬한 디자인, 길어진 외관과 그만큼 넓어진 실내 공간,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K5를 처음 직접 봤을 때 든 생각은 '차세대 양카(?)'였다. 젊은 층이 열광하고 차를 꾸미고 신나게 타고 다닐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젊은 층이 열광할 법한 '요트블루' 컬러에 심장박동을 표현한 DRL과 테일램프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소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자세히 살펴보며 한번 더 놀랐다. 단차가 거의 없는 잘 만든 조립품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어떤 옷을 입은 사람이라도 잘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도 들었다. 청바지에 운동화, 정장에 구두,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새내기 직장인, 아이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가장의 모습까지. 화려한 디자인에 감춰진 K5의 진가는 중형세단의 매력과 일맥상통한다.

평범한 블랙보다 고급스럽고 오히려 더 묵직한 인터스텔라그레이 컬러의 시승차는 1.6 가솔린 터보 모델이었다. 스마트스트림G 1.6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힘과 효율을 함께 추구한 차다.

어쩌다보니 시승코스도 희한했다. 용인 에버랜드를 출발해 SRT가 지나가는 수서역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신사동 가로수길로 돌아오는 약 180km 길이 구간이었다. 겨울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와 시내, 구불구불한 길까지 골고루 경험하며 풀체인지된 K5를 체험했다.  

머슬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사진 : 최정필

◆ 겉모양만큼은 '머슬카'

K5는 전통적으로 디자인 때문에 더 이슈였다. 실제 성능이나 품질보다는 오로지 디자인때문에 이 차를 고른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히 1세대의 완성도가 워낙 높았기에 2세대 변경에서 듀얼디자인이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고, 이번에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강렬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든 주차장에서든 비슷한 느낌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앞모양이다. 그릴에만 살짝 적용되었던 호랑이 코 디자인을 확대했다. 그래서 타이거 노즈에서 타이거 페이스로 진화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헤드램프 디자인은 그릴 안쪽을 파고드는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엄밀히는 그릴이 헤드램프 아래까지 넓게 자리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러면서 보닛도 길쭉해져서 그릴 바로 윗부분까지 덮는다.
 
그렇게 커진 그릴 디자인도 독특하다. 기아차의 설명을 듣노라면 '호랑이'에 '상어'까지 맹수의 느낌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특히 그릴 패턴은 상어 피부(샤크스킨)을 형상화했다는데 상어를 그렇게까지 가까이 본 적이 없어서 크게 와닿지 않는 설명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심장박동을 형상화 한 주간주행등 / 사진 : 최정필

심장박동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주간주행등(DRL)은 마치 'K7'의 'Z'램프와 같은 인상을 준다. 어둠 속에서 볼 때 더 강한 인상을 받는다.
 
좌우를 길게 연결하는 스타일, 점선으로 표현된 테일램프도 두 차가 비슷하다. 물론 K5가 더 얇아 한층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K7의 동생이라는 점을 드러내려 한 것일까. 

지붕을 따라 트렁크 끝까지 이어진 크롬 장식이 인상적이다 / 사진 : 최정필

옆모습은 이전 K5의 디자인을 이어가려 한 점이 보인다. A필러에서 시작된 크롬라인은 C필러를 지나며굵직하게 바뀌는 이전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 발전시켜 뒷유리를 감싸는 스타일로 진화했다. 유리를 더 커보이도록 하면서 C필러의 선을 강조하기 위해 트렁크 도어 윗부분의 절반쯤은 검은색 장식으로 마감됐다.

쏘나타는 보닛에서 시작하는 크롬라인이 전통적 디자인 포인트라면 K5는 지붕의 선과 어우러지는 두툼한 크롬라인이 핵심이다. 그 선을 경계로 아우디 A7처럼 유리까지 다 열리도록 만들었으면 훨씬 멋지겠지만 그만큼 차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스팅어와도 스타일이 겹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쨌든 뒤에서 바라보니 빵빵한 엉덩이가 참 매력적이다. 바퀴를 감싸는 펜더 윗부분이 볼록하다. 운전석에 앉아 사이드미러를 통해 살짝살짝 보이는 리어 펜더는 스포티한 감성을 주는 요소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낮고 넓게 느껴진다. 단지 수치로는 20mm가 낮아졌지만 탑승자가 느끼는 정도는 더욱 크다. 

절취선(?)의 테일램프, 공갈(?)의 배기구 그러나 빵빵한 휀더 / 사진 : 최정필

범퍼의 양 옆에는 공기의 통로가 있다. 앞은 타이어와 브레이크 열을 식혀주며 흔들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뒤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디자인적 요소로만 활용되는 공갈(?) 구멍이다. 나중에 고성능버전이 출시된다면 뚫어서 에어로다이내믹을 활용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범퍼 아랫쪽 배기구도 형상만 있을 뿐 가짜다. 실제 배기구는 조수석 뒤쪽(오른쪽)에만 자리한다. 그 마저도 범퍼 안쪽에서 아래를 향해 있다. 이 부분도 실제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디자인 요소다. 
 
◆ 운전자 중심의 1열, 2열은 광활

1열은 철저히 운전자를 위한 구성이다.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디지털클러스터 옆에 자리했다. 운전자의 시야에서 보면 스티어링 휠에 두 화면의 경계가 가려진다. 덕분에 커다란 화면 하나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도 전해준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향해 살짝 기울어져 있어 운전 중에도 보기 수월하다. 

물론 이런 디자인 때문에 조수석에 탄 사람은 왠지모르게 소외받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전 세대에서도 듣던 말이다. 

두가지 테마로 선택할 수 있는 계기반 디자인은 이 차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타입 A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화면 배경이 바뀌는 테마 클러스터다. 화면에 눈이나 비, 석양이 표시된다. 운전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표현하는 건 운전자가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된다.

타입 B는 동그란 원형 클러스터로 정보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형태다. 
 
새롭게 적용된 다이얼식 기어 변속 조작부는 조금 어색하다. 쓰기가 불편하다거나 위치가 모호한 게 아니라 적응이 덜 된 탓이다. 운전 중 조작하는 횟수가 많은 부분은 모두 스티어링 휠과 터치 디스플레이로 옮겼다.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된 기어노브는 아직 어색하다 / 사진 : 최정필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는 변속 다이얼 뒤쪽에 있다. 눕혀두는 게 아니라 세워서 꽂아두는 형태다. 아이폰 11 프로, 갤럭시 노트10, 아이폰 X, LG V50 등 크기가 꽤 있는 스마트폰도 잘 들어간다. 가로로 넣을 순 없다.
 
물론 무선충전이 아닌 일반 수납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틀을 빼면 된다. 그럴 경우 더 넓고 깊은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다. 

문이 수직에 가깝게 열리는 탓에 보조 손잡이가 적용됐다 / 사진 : 최정필
문이 수직에 가깝게 열리는 탓에 보조 손잡이가 적용됐다 / 사진 : 최정필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직각에 가깝게 문이 열리는 점이다. 문콕 걱정도 늘어날 듯 하지만 타고 내릴 때 꽤 편하다. 그래서 창문 스위치 주변에 상어 지느러미처럼 생긴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놨다. 시트에 앉기 전엔 그저 장식처럼 보이는 곳이다.

문을 다 열었을 때 문짝 가운데 설치된 일반적인 위치의 손잡이까지는 절대로 손이 닿지 않는다. 시트에 앉은채 문을 닫으려면 보조 손잡이를 이용해야 한다. 문을 닫으려고 낑낑대지 않아도 되니 참고하자. 

2열 공간은 ‘넓다’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다. 3세대 플랫폼을 사용하며 전체 길이가 50mm 늘어난 덕이다. 늘어난 공간 대부분을 뒷좌석에 할애한 것 같다. 

크고 무거운(!) 기자 몸에 맞춰 운전석 시트를 조절해도 2열은 넉넉하다. 1열 동승자석을 앞으로 밀 경우 대형세단같이 넓은 공간이 생긴다. 카시트를 설치하고 아이가 앉아도 앞좌석을 찰 일이 없겠다는 선배의 얘기가 와닿는 순간이다. 

타이거 페이스(호랑이 얼굴)로 바뀐 앞모습은 굉장히 공격적이다 / 사진 : 최정필

◆ 전보다 젊어졌지만, 그래도 진지한 K5

용인을 벗어나 서울을 향하는 길은 꽉 막혀서 슬금슬금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차의 소음과 진동, 여러 기능에 집중할 수 있었다. 

3세대 플랫폼 덕분에 조용하고 진동이 줄어들었다는 건 신나게 달릴 때 얘기. 이렇게 천천히 갈 땐 흡음재와 차음재의 역할이 크다. 엔진룸 안쪽에서 두툼한 흡음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덕에 운전석에서 꽤 정숙하다. 단지 조용하다는 느낌보다 옛날 독서실에 써있던 '정숙'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1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라미네이트글라스)가 적용된 덕분이다. 달릴 때 1열 창문으로 넘어오는 소음은 잘 차단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2열은 '상대적'으로 시끄럽다. 앞에선 소리가 잘 차단되지만 뒤에선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차가 덜덜 떨리면서 내는 진동과 소음이 아니라 창문너머로 들리는 부분이다. 2열 창문 유리는 일반 유리다.

2열에도 차음유리를 적용하면 더 좋았겠지만 값이 비싸지고 이 차의 매력 중 하나인 '경제성'이 사라지는 데다 누군가에겐 불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보통은 직접 운전하는 경우가 많고, 1열 활용도가 대부분인 만큼 2열 소음 부분은 참고하시라. 

저중심 설계로 무겁거나 크기가 큰 대부분의 부품이 아래로 내려갔다 / 사진 : 최정필

막히는 시내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차의 움직임을 살펴볼 차례다. 속도를 살짝 높이고 코너로 진입했다. 18인치 휠에 장착된 피렐리 피제로(P ZERO) 타이어 덕분인지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좌우의 흔들림도 크지 않다. 

서스펜션은 도로에서 전해진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내고 매끄럽게 원상태로 돌아오는 수준이 이전보다 나아졌다. 요철을 넘을 때 외에도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느껴진다. 이전보다 더 단단하면서 유기적으로 설계된 차체의 역할도 크다.
 
가속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쏘나타 센슈어스와 비교해도 다소 굼뜨게 느껴진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도 추월가속이 매끄럽지 못하다. 부족한 힘을 메우려 엔진이 혹사당하는 건 아니다. 출력을 일부러 살짝 제한한 듯한 느낌이다. 

엔진에서 전해지는 소리는 분명 여유가 있었다. 더 일을 할 수 있지만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제원을 살펴보니 K5는 같은 스펙의 쏘나타보다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도 적다. 숨을 고르며 달린 덕분이 아닐까 싶다.

오해는 마시라. 힘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성향을 설명한 것일 뿐이니. 

쏘나타 센슈어스보다 다소 굼뜨지만, 부족하지 않다/ 사진 : 최정필

가속할 때 한결 느긋해진 건 안정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K5와 잘 어울린다. 다소 아쉬웠던 가속력을 달랜다. 

자정을 넘겨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K5는 쉽게 자세를 잃지 않았다. 거센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실내는 고요하다. 영종대교 위에서 달려보면 알겠지만 옆에서 부는 바람이 세기 때문에 차가 휘청이기 일쑤다. 그런 걸 고려해도 상당한 안정감이다. 둥글길쭉한 생김새도 한몫한 게 아닐까.
 
그리고 K5는 쏘나타에 없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시스템'이 들어있다. 게다가 스팅어처럼 ‘강하게’와 ‘보통’, ‘약하게’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가상음을 완전히 끄는 것도 가능하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주행하는 속도에 따라 음량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빠른 속도에서는 더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들려주고 저속에서는 조용하게 주행이 가능하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K5의 타깃은 확실히 젊고 역동적이다.  

신형 K5, 굳이 큰집 사촌형을 이길 필요가 있을까? / 사진 : 최정필

◆다시 한번 쏘나타 넘을까?

풀체인지돼 돌아온 3세대 K5는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하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부합하는 최신 파워트레인, 다양한 편의장비를 모두 갖췄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그 결과 사전계약 1만6000대라는 기록으로 이어졌고 기아차는 내년 판매목표를 7만대로 잡았다. 올해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의 전망이다. 얼마나 팔릴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쏘나타와 타깃이 약간 다른 만큼 수요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신형 K5는 '첫 차'를 사려는 이는 물론 결혼을 앞뒀거나 아이와 함께할 '가족을 위한 차'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두루 매력적인 상품성을 갖췄다. 호평 일색인 시승기 속에서 엄청난 기대를 한 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지만 당장 탈 적당한 차를 사려는 이에겐 이보다 더한 건 찾기 어렵지 않을까.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K5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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