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동차들 ③] '삼각형 디자인'의 원조, 시트로엥 카린 콘셉트
[이상한 자동차들 ③] '삼각형 디자인'의 원조, 시트로엥 카린 콘셉트
  • 오토커넥트
  • 승인 2019.11.07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는 대중을 위한 상품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자동차의 디자인, 구성이 사회를 반영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신차의 디자인이 어색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시간을 두고 본다. 디자이너들은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 한 순간의 유행에 굴하지 않고, 시간을 넘어 인정받는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니까. 

사진 속 자동차의 이름은 ‘시트로엥 카린’(Karin) 콘셉트. 1980년 파리모터쇼에서 등장한 차로 시트로엥 브랜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는 콘셉트 중 하나로 꼽힌다. 1970~1980년대를 강타한 '쐐기형 디자인 자동차'라는 유행 속에서도 시트로엥만의 똘끼(?) 충만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에 발맞추면서도 자신들만의 철학을 더하는 시트로엥의 모습이 좋다. 어찌 보면 아직도 이어지는 시트로엥의 독특한 디자인은 집안 내력이 아닐까. 

한 때 인터넷을 달군 ‘삼각떼’는 이 차를 보면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다. 아반떼는 고작 헤드램프만 삼각형이었지만, 카린은 완전히 피라미드를 닮았다. 위를 향한 곳곳의 선이 모여 지붕을 이루는 형태가 인상적이다. 옆에서 보면 완전한 정삼각형은 아니다. 승객의 머리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구성이다. 

시트로엥 카린 콘셉트의 디자이너는 트레버 피오레(Trevor Fiore).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1952년 자동차 제조사인 스탠더드 모터 컴퍼니에서 설계와 디자인을 시작했다. 이후 경력을 쌓아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레이몬드 로위(Raymond Lowey)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자동차의 제작에 참여했는데, 알피느(Alpine), 데 토마소(De Tomaso), TVR 등의 몇몇 모델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일설에 따르면 그가 카린(Karin) 콘셉트를 만든 계기는 온전히 운이었다. 그는 1980년 1월에 시트로엥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했는데, 당시 시트로엥은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일 신차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 힘을 뺄 수는 없으니 멋진 콘셉트카를 만들어 쇼에 내보내기로 했다. 양산 계획 없이 오로지 '멋진 차'만 만들어 달라는 조건이었다. 디자이너 입장에선 생각을 오롯이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트레버 피오레가 남긴 초기 스케치를 보면 카린의 지붕은 아주 좁다. 좁은 지붕에서 곳곳으로 뻗어나간 선이 쐐기형을 완성하는 인상이다. 실제 모델에선 지붕이 조금 더 넓어지긴 했지만 특징은 고스란히 살렸다. 지붕의 크기가 A3 용지 한 장 정도에 불과하다고. 딱 운전자의 머리 공간을 확보할 수준에 그친 셈이다.  

물론 디자인에 집중한 덕분에 실내는 극단적인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석을 가운데 달고 양쪽에 조수석을 붙였다. 운전자 중심의 계기판 및 버튼 배열에선 당시의 유행을 읽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 삼아서 모든 스위치를 배열해 언제든 쉽게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자가 주행 중 다른 곳으로 손을 뻗을 일을 최대한 줄인다는 개념의 설계다. 

 

타코미터 자리에는 조그만 브라운관을 달고, 스티어링 휠 가운데에도 숫자 패드를 붙였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달리는 스포츠카가 생각이 난다. 허나 구동계는 대다수 시트로엥이 그렇듯 앞바퀴굴림 방식이었다. 카린 콘셉트의 길이×너비×높이는 3,700×1,900×1,075㎜. 좁은 엔진룸에 구동계를 넣기 위해 고생했을 엔지니어들이 떠오른다.    

시트로엥 카린 콘셉트는 무엇을 남겼을까. 

당시 시트로엥은 카린 콘셉트의 디자인을 두고 “이처럼 극단적인 디자인을 택한 것은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며 “카린 콘셉트는 미래 모델의 스타일링을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공개 후 39년이 다 되어가는 2019년에 봐도 시트로엥 카린 콘셉트는 여전히 전위적이다. 비록 요즘의 시트로엥은 많이 동글동글(?)하다지만 자신들만의 철학을 담은 독특한 디자인은 여전하다. 시트로엥의 독창적인 시도를 잇는 연결고리의 역할로 '카린 콘셉트'를 바라보게 된다.  

글: 드라이브 스토리 안민희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