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텔루라이드도, 수입차도 ‘탈 수 있는’ 현대-기아-제네시스 R&D모터쇼
[르포] 텔루라이드도, 수입차도 ‘탈 수 있는’ 현대-기아-제네시스 R&D모터쇼
  • 박찬규 기자(화성=경기)
  • 승인 2019.11.07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아 텔루라이드 /사진: 박찬규

아주 특별한 모터쇼가 열렸다. 말 그대로 자동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진정한 자동차 행사로, ‘현대-기아-제네시스 R&D 모터쇼’가 그 주인공이다. 

이 행사의 시작은 2004년이다. 현대기아차가 협력사와의 기술적 소통을 목적으로 그동안 진행해왔고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해 제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행사를 개최했지만 3회쯤부터 일반에도 공개해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자동차기술의 축제로 거듭났다는 평. 

그래서 이 행사가 열리는 장소도 특별하다.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정문 앞 주차장이다. 예전엔 잔디밭이었지만 이제는 아스팔트를 덮어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올해 행사는 지난 6일 개막했고 오는 8일까지 이어진다. 이곳을 방문한 짧은 소감을 전한다.  

제 16회 현대-기아-제네시스 R&D 모터쇼가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렸다./사진: 박찬규

◆텔루라이드부터 군용 소형 전술차까지 한자리에… 

지난 6일 오전 10시. 정문에서부터 모터쇼를 방문한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주차장은 이미 꽉 찼고, 근처 도로에다 불법주차를 시도한 차도 많았다. 모터쇼만을 위한 주차장이 아니다 보니 매년 이런 사태가 생긴다. 이 행사에 갈 계획이라면 대중교통을 추천하지만 꼭 차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작은 차를 추천한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행사 안내 브로셔와 설문지를 나눠준다.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협력사나 업계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행사장 지도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이런 행사에서는 동선체크가 필수다. 지도를 보니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가운데 테크존을 살피며 체험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N브랜드나 제네시스, 신기술도 모두 이곳에 있다.  

레저 존부터 둘러보길 권한다 /사진: 박찬규

입구 오른편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건 ‘레저존’이다. 그래서 북미시장에서 경쟁할 RV가 대거 전시됐다. 기아 카니발과 경쟁하는 혼다 오딧세이, 현대 스타렉스와 폭스바겐 트랜스포터를 비교할 수 있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입구 맞은편에 별도로 놓여 있고 이 차의 라이벌 혼다 파일럿과 포드 익스플로러는 레저 존에서 볼 수 있다.  

현대 i20. 국내에서 보니 새롭다. /사진: 박찬규

그 다음은 ‘스몰’ 존. 주로 인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차종이 많다. 업계 선두를 달리는 마루티스즈키의 차종은 물론 현대 베뉴, 상트로, i20 등도 볼 수 있는데 모두 앉아볼 수 있다. 협력업체 직원이 많아서인지 각종 측정장비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작은 차를 보고 나면 이번엔 큰 차다. 최신형 엑시언트는 물론 최근 군에 납품하기로 한 5통 중형표준차와 한국형 험비 ‘소형전술차’도 나란히 전시됐다.  

옆에는 컴팩트와 라지 존이 이어진다. 아반떼, i30 급 차종의 경쟁모델도 볼 수 있는데 푸조 308GTI, 폭스바겐 골프, 오펠 아스트라처럼 쟁쟁한 라인업이 대기하고 있다.   

유럽 해치백의 강자 푸조 308GTi. 이 차도 현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사진: 박찬규

라지 존은 렉서스 ES300h, 토요타 아발론, 캠리는 물론 현대 쏘나타, 그랜저, 기아 K7 등을 한데 모아놨다. 문을 여닫고 고무 실링을 만지고 곳곳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행사장 한바퀴를 돌아오면 해외시장에 출시된 주요 전용차종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유럽전략차종인 기아 프로씨드 슈팅브레이크, 엑씨드, 중국시장용 라페스타가 놓여있다. 프로씨드 슈팅브레이크와 라페스타는 해외에서 볼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확실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기아 리오 X라인(스토닉 수출형) /사진:박찬규

국내 출시되지 않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행사장 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기면 기아 텔루라이드와 현대 펠리세이드가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워낙 관심이 많은 차종이어서 사람이 없는 틈을 잘 노려야 꼼꼼히 살필 수 있다.  

텔루라이드의 실내 /사진: 박찬규

텔루라이드는 2019서울모터쇼에 전시되고 국내 출시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결국 무산됐다. 결국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살펴보면 왜 북미시장에서 관심이 많은지 느낄 수 있다.  

◆N브랜드를 즐겨라! i30 N fastback도 눈길 

바깥에 전시된 차가 둘러싼 가운데 초대형 텐트(?)에는 각종 기술을 살필 기회가 있다. 현대기아차의 최신 기술을 체험하기에 충분하다. 

우선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넥쏘 하부를 세워둔 구조물부터 지저분한 공기를 깨끗한 공기로 바꿔주는 실험장비도 있다.  

 

팰리세이드 절개차. 커튼에어백과 사이드에어백은 물론 차 곳곳의 마감재까지 볼 수 있다. /사진: 박찬규

그 다음으로는 절개차와 함께 신기술 관련 테이블이 줄지어 있다. 차체를 잘라 속을 보여준 건데 자신감이 없으면 하지 못할 행동이다. 에어백이 어떻게 설치되고, 사고 시 차체가 어떻게 충격을 흡수하고 어떤 부분이 어떻게 파손될 수 있을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냉각수 열관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기술부터 첨단 소재와 최신형 엔진 및 변속기도 직접 볼 수 있다. 일부 절개해둔 모형을 통해 구조를 살필 수 있으니 자동차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재다. 

“부앙~ 따다다당~ 따당~” 

살짝 지루해질 무렵 근처에서 우렁찬 배기사운드와 총 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현대차가 ‘팝콘 사운드’라고 강조하는 ‘N’의 배기음이다.  

i30 N Fastback !!! /사진: 박찬규

현장에서는 특유의 사운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연구원이 스마트키를 들고 있다. “실내고, 사람들이 많으니 반드시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밟고 주차브레이크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당부를 듣고 나서야 시동버튼을 누를 수 있다. 

벨로스터 N도 있지만 국내 출시되지 않은 i30 N fastback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묵직한 배기음이 들리긴 하는데 아까 듣던 소리와 좀 다르다. 연구원이 운전대에 붙어있는 ‘N’ 버튼을 누를 것을 권한다. 해당 버튼을 누르자 차의 성격이 확 달라진다. 어딘가 억제하고 있던 봉인을 해제하고 본색을 드러냈다. 기가 막힌 사운드가 행사장에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이런 감동을 주는 차를 만든 적이 있던가. I30 N, 벨로스터 N의 계보를 이을 더 많은 차가 출시되고 많은 이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패스트팔로워 아닌 마켓 리더 

지난 수년간 이 R&D모터쇼를 볼 때면 현대기아차가 어떤 브랜드의 어떤 차를 벤치마킹해서 어떻게 따라할지를 예상할 수 있고, 어떻게 모방했는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입차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비교하며 수준차를 느꼈다. 

문짝 고무의 두께와 구조, 내부 곳곳의 마감, 차체의 조립품질, 숨겨진 아이디어 등 많은 부분에서 격차가 눈으로 확 와닿았다. 

그리고 개발돼 발표된 기술도 잔뜩 늘어놓아서 “우리 이만큼 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급급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흥미롭고 신나는 행사지만 이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꽤나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기아가 납품하는 신형 소형전술차 /사진: 박찬규

그러던 현대기아차가 이제는 시장의 리더를 준비하는 것 같다. 핵심기술은 뒤로 감추고, 시장에서 우위가 있는 기술을 친절히 이해시키려 한다.  

전시된 제품의 수준도 그렇다. 비록 비교 주행테스트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놓여있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 세그먼트의 차종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는 게 많았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의 모습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현대기아차를 느낄 수 있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에 몰려든 사람들의 표정과 내뱉는 말 한마디를 살피면 그런 점이 더 느껴진다. 

이번 R&D모터쇼의 MVP는 텔루라이드. /사진: 박찬규

이제는 프리미엄브랜드로 제네시스를, 고성능브랜드로 N을 앞세웠다.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아졌기에 더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도 가능해진다. 이는 상위차종에 신기술이 적용된 다음 하위차종으로 기술이 순차적으로 이전되며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효과의 고리를 완성했음을 뜻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요즘, 현대기아차가 준비 중인 새로운 칼을 감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걸까. 그렇다 해도 16회 현대-기아-제네시스 R&D모터쇼는 한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다. 


***아래는 약 30분짜리 '2019 현대-기아-제네시스 R&D 모터쇼' 현장 영상 링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