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테슬라 잡으러 왔습니다. 벤츠 EQC 400 4매틱
[시승기] 테슬라 잡으러 왔습니다. 벤츠 EQC 400 4매틱
  • 최정필 기자
  • 승인 2019.11.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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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순수전기차 EQC400을 시승했다 /사진 : 최정필

그동안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를 언제부터 제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몇 해 전부터 전기차 개발계획을 밝혀왔음에도 대중에게 공개한 결과물은 손에 꼽는다. 그런 와중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브랜드 EQ를 런칭했고 이 브랜드의 첫 양산형 전기차 'EQC'를 선보였다.

시승은 지난 10월31일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홍보관 'EQ x Future'에서 출발해 경기도 포천을 오가는 120km 구간에서 진행했다. 꽉 막힐 것이 분명한 평일 출근 시간의 서울 시내부터 시원하게 뚫린 고속화도로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주행하게 되는 도로를 골고루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겉모습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EQC와 마주한 건 이번이 세번째다. 처음은 지난 3월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다. 처음 만난 벤츠의 전기차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여러 차례 마주하며 디자인에 대한 평가와 인상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고민을 했다. 
 
6개월이 흘러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장에서 이 차를 다시 만났는데 이번엔 형제들까지 같이 있으니 의외로 자연스럽다. 새롭게 선보인 V클래스 전기차 EQV, 무대 위의 주인공을 차지한 S클래스 전기차 EQS로 라인업이 늘었다.
 
그리고 약 한달이 지나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화려한 조명은 온데간데 없다. 일반 도로에서 EQC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이렇게 '쌩얼'로 보니 첫 만남이 왜이리 어색했는지 느낌이 팍 왔다. 예전부터 봐오던 사람이 늘 입던 옷을 입고 진한 무대분장을 한 채로 만난 느낌이었달까. 이처럼 EQC의 디자인이 한번에 와닿지 않는 건 분명하다.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EQS / 사진 : 최정필(독일=프랑크푸르트)

어쨌든 전기차 브랜드 ‘EQ’가 표방하는 ‘진보적인 럭셔리’를 담으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앞쪽은 매끄럽게 꺾여 들어간 굴곡이 자리했고 번호판 바로 위의 커다란 검은색 하이그로시 장식이 그릴과 헤드램프를 떠받든다. 넓고 굵은 선으로 일체감을 주는 것 같지만 ‘벤츠’하면 탁 떠오르는 다각형 그릴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그 주변에 다시 한번 굵은 선의 크롬을 덧댔기 때문이다. 
 
헤드램프와 휠에서는 전기차임을 더 드러냈다. 파란색 줄을 넣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첫 순수전기차 EQC 400 / 사진 : 최정필

뒷모양은 그동안 벤츠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다. 테일램프는 양쪽이 길게 이어지는 디자인을 갖췄고  이를 통해 보다 넓어보이는 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직선보다 곡선을 더 많이 사용해 차가 둥글둥글한 느낌을 준다. 도어나 각종 장식 등 연결되는 부위 사이의 끊어지는 부분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을 찾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표면을 만든 것 역시 특징이다.

여기에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차의 특성에 맞춘 디자인도 특징이다. 배출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배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적용해 세련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의 실내 / 사진 : 최정필

◆전기차라고 티내지 않은 실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차를 타는 이들의 고민 중 하나는 의외로 '디자인'이다. 겉모습이 특이하면 질문세례를 받고 실내가 다르면 다른 사람을 태우기 겁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EQC는 의외로 '전기차' 대신 '벤츠'임을 더 강조한다. 물론 전기차 브랜드의 특성을 반영한 부분이 있지만 기존 벤츠 차의 레이아웃을 적용, 이질감을 줄인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컬럼식 기어 변속레버, 터치버튼과 물리버튼이 적절히 사용된 스티어링 휠, 기어변속 대신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패들시프터,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연결한 기다란 화면과 검정색 하이그로시를 적용해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게다가 고급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는 탑승자를 부드럽게 감싼다. 

EQC400의 송풍구. 작은 것으로 디테일을 살렸다 / 사진 : 최정필

실내에서 전기차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송풍구 디자인이다. 로즈골드 컬러의 열쇠모양 송풍구가 EQ 브랜드만의 디자인 언어를 보여준다. 열을 발생시키는 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 상 난방기기 작동을 위한 별도의 버튼도 존재한다.

팔걸이 아래 수납공간에는 USB-C 타입 단자 2개가 있다. 무선 충전패드 옆에도 C타입 USB 단자가 있다. USB-C타입이 대중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아직은 기존의 USB 방식을 쓰는 장비가 많은 점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케이블이나 젠더를 새로 사야 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반갑지 않다. 
  
나아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은 부분도 있다. 뒷좌석(2열) 바닥에는 마치 후륜구동 혹은 사륜구동차처럼 가운데가 불쑥 솟아있다. 이 차는 앞바퀴와 뒷바퀴 축에 하나씩 총 2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앞쪽에서 발생한 동력을 뒷바퀴로 보내기 위한 별도의 장치(드라이브샤프트 등)가 없고, 전기차인 만큼 고압 전선과 각종 배선이 오가는 공간으로 여기더라도 센터터널은 꽤 높다. 

이는 기존 GLC 클래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생긴 불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이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여러모로 이득이 되리라 생각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 사진 : 최정필

◆달려보니 벤츠다운(?) 승차감 느껴져
 
이번 시승은 탑기어 코리아 김성래 편집장과 함께했다. 서울에서 포천까지는 김 편집장이 운전대를 먼저 잡았다. 단순히 선배여서 '선수'를 양보한 건 아니다. 좋은 차는 누군가 대신 운전해줘야 그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어서다. 

김 편집장이 주변을 구석구석 살피며 강변북로를 타기 위해 시내를 뚫고 움직였다. 편안히 앉아 차를 즐기다보니 예상과 달리 전기모터가 돌아갈 때 내던 ‘쉬이이잉’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다른 전기차와 달리 '럭셔리'를 표방한 만큼 정숙성에 꽤 신경 쓴 듯하다.

그리고 갑자기 그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패들시프터로 회생제동 단계를 설정하도록 된 부분 때문이다. EQC는 총 4가지 회생제동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관성주행을 이용해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도록 하는 D+, 기본 주행 단계인 D, 약간의 회생 제동을 통해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D-, 배터리 회생을 넘어 엑셀레이터 조절 만으로 가속과 감속까지 모두 가능한 D- - 모드다. 

그 중 그가 칭찬한 것은 D- -모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속도가 줄어든다. 속도계의 바늘도 아랫쪽으로 확 꺾였다. 원형 속도계는 위쪽 반원에 속도가, 아래쪽 반원에는 충전률이 표시된다. 가속을 멈춤과 동시에 회생제동을 최대로 작동시킨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회생률은 무려 70%에 달한다. 닛산 리프에서도 강점으로 부각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한 모드다.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 사진 : 최정필

어느덧 포천에 도착해 잠깐 쉰 다음 운전대를 잡았다. 전기차는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닌 '전원을 켠다'는 설명이 더 어울린다. ‘전원버튼’을 누르자 계기반에 주행준비가 끝났다는 ‘READY’가 표시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미끄러지듯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편안한 주행을 목적에 둔 고급 세단의 주행 질감을 얘기할 때 ‘마법의 양탄자를 탄 것 같다’고 설명하곤 한다. 그런데 EQC는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표현이 필요하다. 기존의 세단들은 ‘스르륵’ 흘러간다고 하면 이 차는 ‘스르르…’ 로 설명하면 적절하겠다. 
 
주행 시 창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 타이어에서 휠하우스와 바닥을 지나 실내로 올라오는 다양한 소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소리를 얼마나 막아냈느냐에 따라 실내 정숙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EQC는 어느정도 속도가 올라갔음에도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크지 않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바깥의 소리가 더 뚜렷하게 들릴 법하지만 의외로 정숙하다.
 
바람과 부딫히며 발생하는 풍절음도 굉장히 적다. 목적지를 왕복하는 동안 한번도 목청을 키우지 않았다. 기괴하다고 여겼던 디자인이 그만큼 공기역학적인 구조였던 게 아닐까 싶었다. 시속 90km로 달리는 동안 창문을 모두 열었지만 바람이 세게 들어오지 않는다. 창문을 연 상태로 팔을 이용해 바람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를 확인하니 대부분이 머리 뒤 헤드레스트를 향한다. 뒷좌석에 앉는 사람에게는 어느정도 바람이 들이칠 수 있지만 앞좌석에선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일은 없어 보였다.

 

엔진이 없지만 엔진룸을 꼼꼼히 막아둔 것도 독특하다 / 사진 : 최정필

속도를 높이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모터의 힘을 바퀴로 직접 전달하기에 초반 가속도가 굉장히 빠르며 그 정도가 꾸준히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재밌는 건 조용한 소리만큼 속도감도 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변하는 것은 속도계의 숫자 그리고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뿐. 속도계를 확인했을 땐 이미 제한속도를 한참 넘겼을 때다. 

EQC의 힘을 내연기관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7.4kg.m에 달한다. 그럼에도 갑자기 가속할 때 느낄 수 있는 거친 충격이 없다.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밀어주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여타 경쟁 전기차와 견줘도 손색없다.

동승한 김 편집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속도가 붙는 것도 빠르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탁월하다. 동시에 굉장히 정숙해 실제로 어느 정도로 달리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이 합쳐지니 전기차 중에서는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부럽지 않은 고급차의 느낌이 난다는 것. 이 회사들이 만든 전기차가 출시되면 어떤 차이가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전기차계의 롤스로이스’라는 설명에 부정하기 힘들다. (부디 전기차계의 마이바흐가 되길 바란다) 

벤츠 오너라면 촬영장비가 아니라 골프백을 싣고 다닐텐데... / 사진 : 최정필

◆전기차도 벤츠 vs 벤츠 오너 vs 1억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요소도 존재한다.  먼저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없다. 얇고 긴 디스플레이가 속도계를 대신하기 때문에 이전의 다른 차를 타는 것 같다. 이 차는 국내판매가격이 1억원을 넘어선다. 이런저런 혜택이 있다지만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요즘 많이 적용되는 HUD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아쉬울 수 있겠다.

다음은 기존의 벤츠를 고스란히 옮긴 듯한 감성이다. 기존모델에서 느낄 수 있던 감성이 전해진다. 운전을 할 때도 굉장히 익숙하다. 편안하며 고급스럽다. "벤츠 전기차의 타깃은 기존의 벤츠 오너”라는 얘기처럼 현재 벤츠를 타는 이들이 거부감 없이 전기차로 넘어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게 아닐까 싶다. 대부분 자동차회사가 전기차를 '특별하게'만드는 것과 달리 보수적으로 접근한 점이 눈에 띈다. 장점일 수도, 또는 단점일 수도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에 위치한 EQ 차징 스테이션에서 충전 중이다 / 사진 : 최정필

마지막으로 짧은 주행가능거리다. 벤츠 코리아가 밝힌 EQC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309km다. 비슷한 크기의 수소전기차 현대 넥쏘는 609km 주행 가능하다. 같은 순수전기차로만 보자면 기아 니로EV는 384km, 쉐보레 볼트EV는 2020년형으로 바뀌면서 416km까지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이와 비교하면 EQC의 주행가능거리는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편이다. 

벤츠코리아는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이다. EQ 차징 스테이션 등을 곳곳에 설치하는가 하면 DC2 콤보 방식의 공용충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기에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 나아가 가정용 '홈 월박스'를 이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한다. 그리고 이면에는 1억원짜리 전기차를 사면서 충전이 어려운 곳에 살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 사진 : 최정필

◆테슬라, 긴장해라
 
EQC 시승을 끝낼 무렵 자연스럽게 전기차회사 '테슬라'(Tesla)가 떠오른다. 빨간색과 스포티함은 테슬라의 상징. 모든 퍼포먼스를 한번에 쏟아내는 루디클러스 모드도 그들의 상징이며 자율주행기술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오토파일럿 역시 그들의 특징이다.

테슬라의 위기설은 꾸준히 흘러나온다. 기존 자동차회사가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하면 도태될 거라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기술도 중요하지만 차의 기본이 되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100년 넘게 차를 만들어온, 럭셔리카를 잘 만드는 회사가 이제는 전기차를 내놨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애써 위안 삼을 수 있지만 벤츠는 고성능차도 잘 만드는 회사다. 6년 전 SLS AMG 일렉트릭 드라이브를 통해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였기에 앞으로 시장이 요구하면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전기차시장이 나날이 커가고 있지만 여전히 '시기상조회(會)'에 가입했다는 표현이 붙는다. 조금씩 대중화의 움직임이 뚜렷해졌지만 여전히 선뜻 구매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작용하는 게 브랜드의 힘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닫는 게 아니라 회사 로고만 보고더라도 믿을 수 있고, 누구도 토달지 못할 수준의 제품이라면 눈이 가는 건 당연하다.

익숙하지만 꽤나 강력한 '세꼭지 별' 엠블럼을 단 벤츠 전기차라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벤츠의 전기차브랜드 EQ는 첫 발을 조심스레 내디뎠다고 볼 수 있다. 당장은 약간 허둥대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사람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확인하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오랜 세월 차를 만들어온 '관록'이 느껴진다. 

***탑기어  코리아와 함께 시승한 벤츠 전기차 EQC 시승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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