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동차들 ①]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벤츠가 있었다?
[이상한 자동차들 ①]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벤츠가 있었다?
  • 오토커넥트
  • 승인 2019.08.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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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토커넥트 편집부입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해드리기 위해 두번째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정통 자동차전문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차덕', 드라이브스토리의 안민희 기자가 [이상한 자동차들]이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호기심 가득한 주제로 여러분들을 찾아갈 예정이고요, 언제든 더 신기한 자동차가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열띤 응원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백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 중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게 뭘까. 자동차의 진화 속에서도 이 방법은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스티어링휠을 돌려 방향을 바꾸고 페달을 밟아 속도를 결정하는 조작법을 여전히 사용 중이다. 직관적이고 정확한 명령을 입력하는 방식이니 바꿀 필요가 없던 건 아닐까.

하지만 이젠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다. 자율주행 시대를 예고하는 콘셉트카들은 하나같이 스티어링휠을 없애는 추세다. 자율주행 상황에선 실내에 숨겨두고 직접 모는 상황에서만 꺼내 쓰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처럼 운전대를 없애면 실내디자인의 자유도가 늘어난다. 앞좌석 승객을 위한 추가 공간 확보는 물론, 모니터를 두는 등 여러 시도가 가능해진다.  

지금부터 20여년 전. 1996년 파리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F200 콘셉트는 자동차 조작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스티어링휠 대신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전자식 ‘사이드 스틱’(Side Stick) 조작방식을 도입한 것. 레버를 좌우로 기울이면 방향을, 앞뒤로 기울이면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방향지시등이나 경적은 스틱의 버튼을 눌러 썼다.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이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Drive By Wire, 전선을 통해 각 부품을 연결, 제어하는 기술) 기술을 사용한 덕분이다. 기계를 통한 물리적 연결이 아닌, 전자제어 시스템을 사용해 운전자의 조작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전달하기에 부품디자인이 자유로워지는 이점이 있다. 요즘 자동차의 변속레버가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추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F200 소개자료에서 “사이드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당장은 어색할 수 있으나 운전에는 더 도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스티어링휠은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지만 조향각도가 큰 반면, 사이드 스틱은 양쪽으로 약 20도만 기울이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가속과 감속은 레버를 앞뒤로 당기는 힘을 측정해 엔진과 브레이크에 힘을 보낸다.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과다입력 문제도 해결했다. 운전자가 사이드 스틱에 가하는 압력을 측정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조향각을 추론해 움직이는 방식. 자동차가 이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값을 계산하고, 운전자가 입력한 값과 비교해 이를 보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드 스틱 방식은 스티어링휠처럼 도로의 저항감 등 반응을 느낄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모터를 달고 진동을 보내 운전자가 자동차의 반응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는 SL-클래스(R129)에 사이드 스틱을 단 시제차를 만들어 일반 양산차에서도 사이드 스틱의 이점을 증명하고자 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료에 따르면 스티어링휠이 계기판을 가리지 않아 시야확보에 좋으며, 기존 자동차보다 좌석 위치를 더 편안하게 설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정면충돌 사고에서 스티어링휠이나 페달이 밀려 실내를 침범할 일이 없으니 안전성에서도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그리고 새 방식의 반응속도도 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급제동 시 사이드 스틱의 반응속도가 페달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더 빠르다. 이를테면 시속 80㎞ 주행 시 가속페달에서 브레이크페달까지 발을 옮기는 채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자동차는 10m 가량 전진한다. 반면 앞으로 밀고 있던 스틱을 다시 당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기에 사고위험 시 유리한 점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이드 스틱을 이용할 경우 스틱 두 개로 양쪽에서 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운전 중 피로가 쏟아질 때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동승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편히 쉴 수 있다면 아주 매력적인 선택이 아닐까. 나아가 제조사 입장에선 양쪽 도어 트림까지 스틱을 추가하면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같이 생산해 팔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F200 콘셉트가 등장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스티어링휠을 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F200에서 제시했던 몇 가지 기술은 이미 사용 중이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인 ‘미러리스’(Mirrorless)가 대표적이다. F200은 지붕과 범퍼에 총 5개 카메라를 달아 주변을 살피고 이를 실내 스크린에 비추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곧 적용될 미러리스 자동차의 구성과 상당히 비슷하다.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Mercedes-Benz F200 Concept /사진제공: 다임러 AG

앞으로 자율주행시대가 오면 자동차에 이런 사이드 스틱과 같은 형태의 장치가 달리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옛 기술을 현재에 다시 재구성하는 아이디어는 환영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시대를 앞섰던 기술이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처음엔 좀 어색하겠지만 스포츠카를 모는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대신 드리프트는 영원히 안녕이겠지만.  

글: 안민희 드라이브 스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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