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차고르기(상)/ 사공 설득하기가 힘들다
[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차고르기(상)/ 사공 설득하기가 힘들다
  • 최정필 기자
  • 승인 2019.07.16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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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좋은 차 고르기(상)/ 사공 설득하기가 힘들다
[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좋은 차 고르기(하)/ 그차 왜 사야해?

 

"선배가 한마디 할 때,

친구가 한마디 할 때,

아빠가 한마디 할 때,

회사 팀장이 한마디 할 때,

내 차 사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한마디씩 할 때"

 

우연히 찍은 짧은 영상이 Z4의 마지막 순간이 됐다 / 사진 : 박찬규

아직 못본 사람도 있겠지만 현대자동차 아반떼 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차를 산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주변에서 한마디씩 한다는 점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도다. 오죽하면 이런 광고가 등장할까 싶기도 하다. 

내가 내 차 사려는 건데 주변에 '사공'이 너무 많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건 사람마다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서다.

생각해보시라.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다. 게다가 한번 사면 길게는 10년 이상 함께하며 가족 같은 존재로 남는다. 결국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있으니 차를 고르는 기준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기준에 따라 한마디 거드는 '사공'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따라서 누가 뭐라 하면 지나치게 흔들리지 말고 일정부분 흘려들으며 '그러려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새 차를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든다 / 사진출처 : 현대자동차 아반떼 CF

그렇다고 단지 자기만족에 그쳐서도 안된다.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차가 여러대거나, 한 차를 오래 못탄다던지 하는 극소수의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혹시나 내가 차를 샀더니 "그 차 왜샀어?" 따위의 주변 잔소리가 심해졌다면 어떤 기준에 따라 차를 샀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자 그러면 본질로 돌아와서 '차를 고르는 기준'을 고민해보자. 그게 도대체 뭘까. 일반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차를 어떻게 쓸 건지(목적), 그에 따라 세단이냐 SUV냐 처럼 어떤 형태인지를, 그리고 이 차를 사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와 내가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 등이 아닐까. 게다가 날마다 운행하는 거리에 따라 가솔린인지 디젤인지, 하이브리드인지를 고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저런 항목의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BMW Z4 팔고 다음 차를 고른 '여섯가지' 기준

난 어땠을까. 전에 타던 BMW ‘Z4’를 팔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다음 차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와 함께하는 직업이라 주변 사람들의 차 구매에 도움을 준 적은 많지만 막상 나의 새 차를 고르려니 그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나는 어떤 차 사지?' 

① 해치백이나 SUV가 아닐 것
 
그래서 다음 차를 고르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가장 먼저 잡은 기준은 ‘해치백이나 SUV가 아닐 것’이었다. 트렁크 도어 형태와 시트 배열 등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네모 반듯한 정직한 디자인과 껑충한 시야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이건 첫차였던 기아 쏘울의 영향이 크다. 무려 8년간 함께하며 충분히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교 4년 자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4년치 세간살이를 한번에 싣는 모습은 햄스터가 볼에 해바라기씨를 밀어 넣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안에 해치백 스타일 차종을 사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SUV는 해치백과 같은 형태적 이유로 제외했다. 오프로드 주행을 좋아하지만 정통SUV는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너무 떨어지는 점도 포함된다. 어쨌든 내겐 덩치 큰 해치백일 뿐이라 이번 선택지에서 빠르게 삭제됐다.  

이렇게 달려보니 신호 대기하며 톱을 여는 것 보다 더 주목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 사진출처 : 영화 '아이언맨2' 중

② 적재공간도 넉넉해야 한다

다음 기준은 적재공간이다. 실용성 좋은 해치백과 SUV는 싫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수납공간은 필요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점,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종 촬영장비를 한가득 싣고 다녀야 하는 직업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넉넉한 뒷좌석도 없고, 트렁크도 좁은 Z4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1974년 엑스포 조감도’를 분리해 아우디 R8 스파이더로 옮기는 장면을 따라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음 차는 트렁크가 조금 더 크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것 같다. 

집중해야 할 것은 외기온도가 아니라 연비다 / 사진 : 최정필

③ 무조건 Z4보다 연비가 좋을 것 

세번째 기준은 연비였다. 이것도 Z4의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직렬 6기통 3.0ℓ 자연흡기엔진은 넘치는 출력이 매력이다. 시동을 걸 때면 '밟아보라'는 유혹을 뿌리치는 게 힘들 정도. 지갑사정을 생각하며 얌전하게 운전해도 두자릿수 연비를 본 적이 없었다. Z4를 보내던 순간의 평균연비는 6.7km/ℓ였다.

하이브리드차나 디젤차처럼 엄청난 연비는 아니어도 주유소를 조금 덜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전기차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가까운 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는 탓도 있다. 더구나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언제나 주차공간이 부족하기에 전기차 충전소를 따로 설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주민 상당수가 전기차를 타지 않는 이상 포기해야 할 대상일 뿐이라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바닥에 붙어가다시피 하는 Z4의 승차감은 결코 좋지 않다 / 사진 : 최정필

④ 혹사당하는 엉덩이

‘Z4’는 앞이 길고 뒤가 짧은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2인승 로드스터다. 네번째 기준은 여기서 출발했다.

새 차는 이전 차에서 불편했던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엉덩이 바로 아래에서 도로를 헤집던 느낌이 떠올랐다. 도로 위를 춤추며 내달리는 로드스터는 시트에 전해지는 횡가속도가 매력이지만 반대로 불편한 점이기도 하다.

잠깐 탈 땐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하고 재밌지만 오래 타면 엉덩이부터 피곤해진다. 매우 건장한 체격인 점을 고려, 네번째 기준은 남들이 웃을지라도 ‘엉덩이가 편한 차’를 꼽았다. 정말이다. 

디젤은 묵직하게 나가는 맛이라면 가솔린은 경쾌한 맛이 있다 / 사진 : 최정필

 그래도 가솔린

다음 기준은 '가솔린 자동차일 것'이었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쓰는 차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래서인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Z4에서  짜릿함의 영향도 컸다. 어느정도 스포츠 성향을 가진 차를 찾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충전할 곳이 없어서 포기했고, 하이브리드차 중에서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차는 몇 대가 있긴 하지만 마지막 기준, 두번째 기준때문에 제외했다. 솔직히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순간이기도 했다.
 
⑥ 가격 

마지막 기준은 가격이었다. 보통은 자동차를 살 때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먼저 따진다. 아무리 멋있고 훌륭한 차가 있어도 살 수 없다면 구매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지막 기준이 가격이 된 이유는 Z4를 팔았기 때문이다. 이미 예산을 확보한 덕분에 우선순위에서 조금 뒤로 밀렸다. 앞서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예산 내에서 살 수 있는 차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확보한 돈으로 취등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과 보험료도 내야 한다. Z4 매각대금과 모아둔 돈을 합쳐보니 차 값으로 최대 3700만원 이내에서 차를 사야하는 상황이 됐다. 

직렬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4인승 하드톱 컨버터블도 매력적이었다 / 사진제공 : BMW

◆5종의 쟁쟁한 후보, 승리한(?) 스팅어

이런 기준을 모아보니 선택지가 크게 줄었다. 신차를 사는 게 가장 좋지만 흔히 말하는 ‘신동품(새것과 동급인 상품)’ 중고차가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상태 좋은 중고차는 매매가격만 맞는다면 여러모로 이득이다. 신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건 물론 출고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문제는 그런 차를 구하는 게 어렵다는 것.
 
총 5종의 모델이 후보에 올랐다. 제네시스 G70, 렉서스 IS, 직전의 3시리즈인 BMW 328i, ‘뚜따’의 매력을 이어줄 구형의 BMW 335i 컨버터블에 이어 기아자동차 스팅어까지 총 5종류다. 공통점은 모두 '가솔린엔진을 탑재하고 2열 시트가 달린 스포츠세단'이라는 점이다. 
 
BMW의 3시리즈 형제가 가장 먼저 탈락했다. 지금까지 타던 차가 BMW였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거기에 3시리즈 컨버터블은 톱을 열었을 때 트렁크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Z4의 추억이 떠올라서 제외했다.
 
다음은 제네시스 G70을 고민했다. 콤팩트한 크기에 넘치는 출력은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시승한 경험을 떠올려보니 원하는 움직임과 살짝 거리가 있었고 아직 30대인데 럭셔리 브랜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건 중고차로 알아보더라도 가격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G70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물론 미래에 G70 2030년형을 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당장은 포기.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제네시스의 G70은 부담스러웠다 /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이제 남은 건 렉서스 IS와 기아 스팅어. 마치 이상형 월드컵을 하는 것 같아서 혼자 웃기도 했다. 누군가 공감해주면 감사할 따름.

렉서스 IS는 처음부터 중고차를 고려했다. 작은 차체에 올린 V6 2.5ℓ 자연흡기엔진이 매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판매중인 IS는 직렬4기통 2.0ℓ 터보엔진이 장착됐다. 이 브랜드 차를 타는 이들의 높은 만족도와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가 더해져 ‘중고차를 구매해도 오랫동안 만족할 있는 차’라고 판단했다. 
 
기아 스팅어는 처음 출시 당시 느꼈던 신선함이 크게 작용했다. 후보 중 크기가 가장 크면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퍼포먼스가 매력이다. 나름 알찬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편안함을 추구한 GT(그랜드 투어러, 장거리운전이 목적인 고성능차)콘셉트의 차라는 점은 다른 경쟁자를 압도했다.
 
스팅어는 G70과 함께 고민할 때 2.0ℓ 터보모델을 염두에 뒀다. 재밌는 건 3.3ℓ 터보모델이지만 370마력이나 되는 출력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재밌는 차’를 원했을 뿐이다.
 
최종 후보를 두고 주변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부모님은 IS250을 추천했다. 오랫동안 함께한 렉서스 LS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고 넉넉한 성능과 콤팩트한 사이즈, 고장이 적어 유지하기 수월하다는 점도 이유였다. 반면 지인들은 스팅어를 추천했다. 수려한 디자인, 부족하지 않은 성능, 정비 용이성, 무엇보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됐다는 점을 꼽았다.  

기아자동차 스팅어 / 사진제공 : 기아자동차

마지막 선택을 마무리짓는 데 거진 한달이나 걸렸다. 최신 GT카와 살짝 손때 묻은 콤팩트세단은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했다. 

'결정의 무게추'가 기운 건 차의 크기였다. 차를 언제까지 혼자 탈 수는 없지 않은가. 결혼도 해야 하고 가끔씩 어른들도 모셔야 할 수도 있다. 운전의 재미 측면이 비슷하다고 봤을 때 활용성이 조금이라도 큰 건 스팅어였다. 후보에 올렸던 모든 차를 다시 검토해 봤지만 결정의 요소가 된 부분을 충족하는 것은 스팅어 뿐이었다. 이른바 '답정너'.

어떤 차와 함께할지 결정했으니 이제는 당장 돈 내고 키를 받아오면 될 것 같았다. 내가 살 수 있는 스팅어가 꽤나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다음편은 신차와 중고차의 경계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차를 사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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