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BMW Z4와 연애를 마치고
[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BMW Z4와 연애를 마치고
  • 최정필 기자
  • 승인 2019.06.06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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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Z4를 처분하며 '뚜따 라이프'를 끝마쳤다 / 사진 : 최정필

7년을 함께한 BMW 'Z4'를 처분했다. Z4는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느낌이었다. 7년의 보유기간 중 6년은 옆방 누나처럼 데면데면했다. 보면 안될 장면을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런데 갑자기 키를 쥐게 되니 또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잘 타고 다니던 아반떼 스포츠를 (자의 반 타의 반) 처분하고 함께하게 됐다.
 
처음부터 과분했다. V6 자연흡기엔진을 탑재한 독일제 2인승 로드스터는 많은 것이 까다로웠다. 고출력 후륜구동은 통제하기 어려웠고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했다. 수입 스포츠카의 보험료가 크게 한몫했다. 2개월만 더 버텼다면 출고 10년을 맞이해 스포츠카 할증을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장비를 ‘바리바리’ 싸매고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름을 매우 맛있게 많이 먹어주는(?) 덕분에 평소에도 긴축재정을 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하나라도 수리해야 되는 날엔 통장 잔고가 순식간에 가벼워진다는 점도 컸다.
 
‘뚜따 라이프’의 매력이 강렬했음에도 이를 계속 유지하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1년은 어떻게든 운행 했지만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 “결혼하면 돈이 있어도 탈 수 없으니 꼭 쥐고 있으라”고도 했다. 하지만 계속 이 차를 타면 결혼자금도 모으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어떡하지’라는 고민만 두 달여. 결국 떠나보내기로 결심했다.  

판매를 위해 꽃단장까진 아니어도 깨끗하게 세차 후 촬영을 했다 / 사진 : 최정필

◆새 오너를 찾습니다

중고차를 잘 팔기 위해선 일단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차의 이력을 상세히 알려줄 필요도 있다. 관리를 잘해온 차일수록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때 빼고 광 내서 ‘증명사진’을 찍는 것도 필수다. 
 
판매용 제품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은 날 아침에 비가 내렸다. 세차를 미리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비를 홀딱 맞은 차에 다시금 깨끗한 물을 뿌리며 이물질을 닦아냈다. 앞과 뒤, 옆, 실내, 언제 생겼는지 모를 바퀴 흠집 등 차의 상태를 사진만으로도 알 수 있게 찍었다.
 
정직한 증명사진부터 ‘얼짱각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을 찍었으니 다음은 판매글을 올릴 차례다. 다양한 중고차 비교견적 애플리케이션도 다운받았다. 힘차게 질주하라고 탄생한 차에게 미안하지만 도로를 달린 것 보다 주차장에서 멋짐을 발산한 시간이 더 많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누적 주행거리도 짧고 정비 이력도 큰 건이 없다. 적산거리는 2만km를 겨우 넘었다. 자잘한 범퍼 접촉만 있을 뿐 큰 사고도 없다. 타이어도 2월 교체한 후 500km 밖에 주행하지 않았다.
 
사소한 정비내역까지 쭉 나열하니 그래도 꽤 많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판매글을 올리고 보니 개인매물답지 않은 장문이다. 언젠가 가입했던 동호회와 거래사이트, 비교견적 어플에 모두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연식과 주행거리가 비례하지 않는 차는 가격 설정이 어렵다 / 사진 : 박찬규

◆문의, 거절 그리고 문의

자동차를 비롯한 무언가를 중고로 내놓을 때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법이다. 평화로운 나라처럼 엉뚱한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어 인내심도 필요하다. Z4처럼 마니아층이 있는 차라면 더욱 그렇다. 

차의 가치를 인정하고 아껴줄 사람을 찾는 과정이다. 물론 ‘엄청난 관리와 정비는 다음 차주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끼던 차를 내놓는 것이니 다음 주인도 아껴줬으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비교견적 어플은 차주가 올린 사진과 정보를 보고 중고차 영업사원이 가격을 입력한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최고가를 부른 이가 연락하는 방식이다. 비교견적 서비스에 따라서 최고가가 아니어도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비슷한 컨디션이 없다 보니 ‘시세’가 영 감이 오지 않는다. 덕분에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금액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Z4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 사진 : 박찬규

그러던 중 꽤 마음에 드는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금액은 사기와 허위매물을 의심하라’는 중고차 거래의 오랜 룰에 따라 고민에 빠졌다. 왜 이렇게 높게 불렀을까 싶은 순간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바로 그 영업사원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 불가능한 금액을 적었습니다” 수화기에서 꽤나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진으로만 가격을 책정하고, 거래 당일 실제 상태를 확인하며 조금씩 가격을 깎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호가가 거짓말이었습니다’라는 고해성사는 처음이다. 대화를 나눠봤지만 매입이 가능하다는 가격이 다른 영업사원보다도 낮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판매를 거절했다.
 
또다시 기다림이 시작됐다. 동호회에서 몇 번 문의가 왔지만 거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렇게 간간히 문의 받기를 한달. 구매자가 나타났다. 그의 조건은 정비소에서 차를 띄워 점검을 받아보고 최종 조율을 하자는 것이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차의 정비내역서를 함께 확인하는 경우는 흔하다. 차를 파는 입장이 아닌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같은 요구를 했을 것이다. 차의 상태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콜’을 외쳤다. 

중고차 거래에 있어 정비내역서는 필수다 / 사진 : 박찬규

◆나도 처음 본 내 차 아래

구매자와 만난 곳은 성수동 소재의 한 정비업체다. 자동차용 리프트를 이용해 차의 바닥부터 살피기 위해서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며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과 같은 오일류가 새진 않는지, 부식돼 녹이 생기진 않았는지, 브레이크 디스크와 타이어는 얼마나 닳았는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살피는 것으로 점검이 시작됐다. 주로 냉각수 라인을 비롯한 고무호스가 점검대상이다. 특히 스포츠카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이 많고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부품이 많다. 터보차저가 장착된 차는 공기가 흐르는 흡기라인과 냉각수 라인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정비업체 사장님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엔진룸 구석구석을 살핀다. 한참을 살피던 사장님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기자를 한번 쳐다본 후 리프트를 띄우기 시작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평가에 안도와 아쉬움이 함께 몰려왔다 / 사진 : 박찬규

차가 공중에 뜨고, 조명을 비춰가며 밑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Z4의 아래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로 위를 달린 것 보다 주차장에 서있던 것이 더 길었다. 기계는 가끔씩 움직여줘야만 상태가 유지된다.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도 정기적으로 예방정비를 하고 운행을 했지만 세월은 무시할 수 없다. 고무소재 부품이 낡았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한참을 살피던 사장님이 “누유(오일이 새는 것) 없이 깨끗하네요. 딱히 망가지거나 상한 것도 없습니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점검은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세월의 흔적은 있지만 상태는 상당히 좋았다. 구매자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차의 상태가 좋은 것은 기쁜데 가격을 흥정할 여지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상태와 가격에 대한 최종 조율을 진행했다. 그동안 올라온 다른 매물과 비교하며 고민 끝에 결정한 가격이었다. 흠잡을 것이 없다는 정비업체의 진단에 따라 가격흥정 없이 거래를 합의했다. 

이전등록 서류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편하다 / 사진 : 최정필

◆이전등록, 미리 준비하면 편하다

성수동에서 가장 가까운 성동구청으로 향했다. 자동차는 국가에서 소유와 권리에 대한 관계를 관리하는 ‘등기재산’이다. 단순히 돈을 받고 키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이전등록을 해야 한다. 법적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중고차를 판매할 때 필요한 서류가 몇가지 있다. 판매자 필요서류는 ▲자동차등록증과 자동차 명의자 및 매수자 정보가 들어간 ▲자동차매도용 인감증명서 ▲명의자 신분증 ▲인감도장 그리고 ▲자동차매매계약서다. 

부득이 명의자가 아닌 다른 이가 거래 장소에 나간다면 명의자의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과 대리인의 신분증도 필요하다. 만약 자동차가 두 명 이상의 공동명의일 경우엔 모든 명의자의 서류가 필요하다. 구매자는 ▲보험가입증서와 ▲구매자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
 
성동구청 종합민원실에 마련된 ▲자동차표준계약서와 ▲자동차양도증명서 ▲이전등록신청서를 작성했다. 

Z4의 경우 가족 공동명의로 등록이 된 차였다. 공동명의의 가족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매도용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한 위임장도 함께 작성했다. 인감증명서의 경우 매수자의 정보를 먼저 받을 수 있다면 미리 발급해 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번엔 구매자가 구매의사를 확실히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청에서 이전등록 직전에 발급을 받았다. 

이전등록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류는 구청에 구비되어 있다 / 사진 : 최정필

이전등록을 할 때 기존 번호판을 반납하며 자동차 등록번호를 바꿀 수도 있다. 과거엔 특정 지역에서 특정 번호를 발급했기 때문에 원하는 번호를 노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무작위로 배정을 한다. 원하는 번호를 받기도 힘들다. 이전등록을 마친 이후에도 60일 이내에 등록번호 변경신청도 가능하다. 번호를 바꿀 경우엔 보험사에 새로운 등록번호를 알려주어야한다. 하지만 이번 구매자는 번호 변경신청을 하지 않았다.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잠시 기다렸다. 모든 절차가 끝난 것 같지만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구매자의 입장에선 등기재산을 취득하는 일이기 때문에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외에도 정부에서 발행하는 수입인지를 구매하고 공채도 매입해야 한다. 

공채는 정부나 지자체가 재원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다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되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권의 만기일이 오기 전에 다시 파는 개념인 만큼 약간의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납세과정을 거치고 이전 등록과정이 끝났다. 마지막 단계로 판매대금을 받고 키를 넘기는 일만 남았다. 판매대금을 받는 시점은 계약서 작성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판매대금의 입금을 확인하고 2개의 키를 넘겼다. 보험의 해지를 위해 변경된 자동차 등록증 사본도 1부 받았다. 이제는 정말 내 손을 떠난 것이다. 

Z4와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 사진 : 박찬규

◆아쉬움은 남았지만

새로운 주인을 태우고 주차장을 벗어나 멀어져 가는 차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추운 겨울에 지붕을 열고 달리는 독특한 재미를 준 차였다. 처음 앉았을 때의 설렘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지붕을 열 때 주변의 시선은 부끄러우면서도 우쭐해지는 순간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짝사랑하듯 오랫동안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Z4.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다가 갑자기 손에 들어온 앙칼진 로드스터와의 1년 연애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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