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신모델 개발현장을 가다
[르포]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신모델 개발현장을 가다
  • 최정필 기자
  • 승인 2019.05.1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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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구 르노삼성중앙연구소) 전경 / 사진 : 최정필

'조마조마...' 
자동차회사의 핵심시설인 연구소는 들어오라고 문을 활짝 열어놓았더라도 왠지모를 긴장감이 감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조만간, 또는 수년 뒤 출시될 차를 우연히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남들이 모르는 것을 나만 먼저 아는, 그런 뿌듯함마저 드는 곳이 자동차회사의 연구소가 아닐까 싶다. 

15일 르노삼성자동차는 언론을 대상으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연구시설을 과감히 개방했다.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변화를 직접 보고듣고느끼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름도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랩 익스피리언스'라고 붙였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르노삼성중앙연구소'에서 바뀐 이름이다. 단순히 부르는 명칭만 바뀐 게 아니다. 르노삼성만의 시설을 넘어 르노그룹의 주요 연구개발거점으로 중요성이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그룹의 지역개편에 따라 연구소 역할도 달라진 것이다.

이곳은 이제 우리나라시장을 공략할 차종은 물론 글로벌 전략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차를 개발하는 르노그룹의 연구개발 산실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르노삼성차 연구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함께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앞으로 확장되는 연구소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아울러 내년 1분기 국내출시예정인 XM3의 디자인을 주도한 르노 디자인 아시아는 물론 충돌시험장, 전자파 적합성(EMC)시험장 등 주요 연구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르노 디자인 아시아 센터와 함께 위치하고 있다 / 사진 : 최정필

◆디자인과 기술을 한번에

르노 그룹은 전세계에 7개 연구소가 있다. 하지만 이 중 본사에서 직접 챙기는 곳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본사 연구소, 소형차와 전기차 개발이 집중되는 루마니아 연구소 그리고 우리나라 용인의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정도다. 세 곳의 공통점은 기술개발과 디자인을 모두 담당한다는 점이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중형모델 개발에 특화됐다. 베스트셀링모델로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모두 사랑받는 SM6(해외판매명 탈리스만)와 QM6(해외판매명 꼴레오스)가 대표작이다. 부산에서 만들어 북미지역에 수출하는 닛산 로그도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손을 거쳤다.

자체적인 충돌시험을 비롯, 다양한 엔지니어링 테스트를 디자인센터와 함께 진행한다. 기술과 조형미가 한 곳에서 어우러지는 신차개발의 중심지다.

현장에서 만난 권상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연구소장은 “디자인과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된 대표 모델이 바로 알핀느(Alpine) A110에 탑재된 1.8ℓ 엔진”이라며 “이 모델의 경우 엔진개발에만 참여했지만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이 같은 모델을 개발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 디자인 아시아 라파엘 리나리 총괄상무 / 사진제공 : 르노삼성자동차

◆유럽의 디자이너가 반한 '르노 디자인 아시아'

먼저 살핀 곳은 디자인 연구소다. 안내를 받으며 이곳에 들어갔는데 빈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자리를 지킨몇몇 디자이너가 황급히 모니터를 가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디자인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현장에 가 있는 것”이라며 “한국시장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 전세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보안이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상순 연구소장은 “1000여명 직원이 상주하는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최대 장점은 근면성실”이라며 “르노 그룹 연구소의 평균 프로젝트 달성율은 90% 수준이지만 한국은 99%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무실과 현장을 구분하지 않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열정이 그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디자인 스튜디오는 2개가 있다. 이날 방문한 곳은 1번 스튜디오다. 2번 스튜디오는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신차가 작업 중이라고 한다. 어떤 차를 담당하는지가 다를 뿐 외장 디자인에서 UX(User Experience), 실내 디자인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진행한다.
 
연구소 한가운데는 넓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자동차의 색상을 구현한 컬러칩(Color Chip)과 다양한 컬러를 입힌 가죽 샘플 수십장이 쌓여있다. 테스트를 위해 가져온 샘플부터 사용하지 않을 재료, 사용이 결정된 부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엔 한국에서 근무하려는 유럽 디자이너가 늘었다고 한다. 단순히 국내시장만을 위해 작업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시장의 트렌드를 한번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라파엘 리나리 르노 디자인 아시아 총괄 상무는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디자인 트렌드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아시아의 중심지”라며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유럽 디자이너들이 꼭 한번 일하고 싶어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룹 내에서 중형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고 개발 일정 달성과 완성도가 가장 높아 이를 경험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충돌시험장 / 사진제공 : 르노삼성자동차

◆충돌 테스트만 70번, 가장 비싸고 조심스러운 공간

다음은 충돌테스트 시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테스트로 알려진 충돌테스트와 비슷한 방식이다. 차이가 있다면 IIHS는 다양한 충돌각도를 테스트할 수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정면과 후면, 측면충돌, 보행자 사고를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험장은 분위기부터 색달랐다. 앞서 둘러본 디자인 연구소는 밝은 조명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흥미를 더했지만 이곳은 어딘가 묘한 느낌이었다. 커다란 공장 같은 캄캄함 속에서 곳곳에 놓인 거대하고 기이하게 생긴 장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을 대신해 충돌시험에 참가하는 더미(Dummy) 인형도 볼 수 있었다. 개수를 밝힐 수 없지만 가장 비싼 것 더미가 하나에 8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전신에 적게는 30개, 많게는 약 80개의 센서가 장착됐다. 인형이라 부를 뿐 힘이 가해지는 각도와 충격의 정도를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이날 아쉽게도 충돌테스트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험장에는 수많은 충돌의 상흔이 배어있었다. 충돌테스트 횟수는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SM6는 무려 70번이나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선행개발차 단계에서 5~10회, 양산차 개발단계에서 50회가량을 진행한다. 정식 출시 후에는 양산차를 무작위로 선정해 추가 테스트를 실시한다. 충돌테스트를 한번 거친 차를 수리해 다시 테스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시설의 설명을 맡은 박건일 선임연구원은 “생산라인이 없는 선행개발차의 경우 한대에 수억원이 들기 때문에 가장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시험장”이라며 “더미까지 합치면 1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가장 신중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전자파의 영향을 시험하는 ECM 챔버 / 사진 : 최정필

◆삼성자동차의 마지막 흔적, 전자파 시험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에서는 '삼성자동차'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바로 전자파의 영향을 확인하는 EMC(Electro Magnetic Compatibility)챔버다.

자동차는 수만가지 부품이 어우러져 굴러가는 기계다. 최근엔 다양한 첨단전자기기가 장착되기 때문에 전자파로 인한 영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강력한 전자파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자동차의 오작동을 불러 일으켜서 운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물론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ECM 챔버 내부는 테스트를 위해 쏜 전자파를 흡수하기 위한 돌기로 가득하다. 폭 15m 길이 22m의 공간을 가득 메운 돌기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우주의 외계인 설비에 들어온 듯한 착각까지 들게 만든다.
 
자동차의 주행상황을 가정할 수 있는 다이나모(Dynamo) 설비도 특징이다. 르노를 포함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전체에서도 프랑스 본사와 한국 2곳에서만 갖고 있다. 이런 설비가 있느냐, 차의 크기에 맞춘 설비가 있느냐에 따라 자동차회사의 개발수준이 좌우된다.

이곳에서는 시험동에 설치된 4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정차상태부터 주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자동차 길이는 5m, 무게는 3.5톤까지 측정할 수 있다. 상용차로 출시한 르노 마스터 역시 이곳에서 전자파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동 바로 옆에는 통제실이 있다. 전자파의 발생과 그 강도, 자동차의 원격 조종, 시험결과의 확인이 모두 가능한 곳이다.

그리고 자동차에 탑재되는 각각의 전자부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별도의 시험동이 존재한다. 각각의 부품은 개별 테스트를 마치고 자동차 전체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된다.
 
유원일 선임연구원은 “ECM 챔버는 이 연구소에 유일하게 남은 삼성자동차시절의 투자설비”라며 “지금까지도 르노 그룹 본사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설비”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오는 7월 ECM 챔버의 개선공사가 예정된 만큼 일반에 공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근무했다는 그의 표정에는 설명하는 내내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르노 그룹의 재편에 따라 앞으로 르노삼성자동차라는 브랜드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이사 / 사진제공 : 르노삼성자동차

◆새롭게 개편된 지역본부 속에서 역할 막중

이날 현장에서는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는 르노삼성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그룹 전체의 전략도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급변하는 시장과 그룹 환경 속에서도 위치를 단단히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는 “아시아와 중동, 인도, 태평양을 총괄하는 AMI 지역본부로 소속이 바뀐 상황에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면서 “앞으로 르노 그룹의 핵심연구개발자원으로서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소형차 개발에 특화된 루마니아 연구소를 대신해 중형 모델 개발을 주도하는 것을 넘어 전기차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용차 마스터 전기차를 비롯해 조에(ZOE) 출시를 준비 중이며 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국산화도 진행 중이다. 게다가 내년이면 XM3도 출시된다.
 
이처럼 이곳은 르노삼성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중형차뿐만 아니라 넓은 라인업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그룹의 종합 연구개발센터로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제대로 잘 '생산'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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