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오픈카, 비올 때 지붕 열고 타도 된다고요?
[최디터의 리얼드라이브] 오픈카, 비올 때 지붕 열고 타도 된다고요?
  • 최정필 기자
  • 승인 2019.05.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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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로드스터를 타면 소위 '뚜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 사진 : 박찬규

우리나라에서 2인승 로드스터를 탈 때 고민이 몇가지 있습니다. 뚜껑(?)을 열 수 있는 날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 뚜껑을 여닫을 때마다 차 주변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가 된다는 것, 신나게 달리다가도 비가 쏟아지면 어쩔 수 없이 어디선가 뚜껑을 닫아야 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사소한 불편함이 많습니다. BMW Z4와 같은 하드톱 로드스터는 지붕이 접혀서 트렁크 안에 차곡차곡 수납되기 때문에 짐을 실을 공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지붕에 물기가 있는 채로 뚜껑을 열면 트렁크가 물바다가 된다는 점도 오픈에어링이 주는 즐거움의 대가라면 대가입니다.

◆오픈카, 비 맞아도 될까

가장 걱정인 건 '뚜껑 열고 달리다가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점입니다. 신나게 달리다가도 빗방울이 떨어지면 갑자기 가슴이 막 두근거리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Z4와 같은 하드톱 로드스터는 대체로 달리면서 지붕을 여닫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BMW Z4는 시속 10km 이하에서만 지붕 계폐가 가능한 데다 톱을 여는데  무려 22초나 걸립니다. 물론 닫을 때는 조금 더 빠른데 무려(?) 3초나 줄어든 19초가 필요합니다. 요즘 나온 최신형 소프트톱 오픈카는 천천히 달리면서도 지붕을 여닫을 수 있긴 합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BMW를 비롯해 오픈카를 생산,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시트인데요 물기가 치명적인 가죽시트지만 오픈에어링 중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특수 처리를 해둔 겁니다. 침수되는 수준은 막을 수 없지만 달리면서 약간의 비를 맞는 정도는 괜찮다는 뜻이죠.
 
하지만 물에 빠진 생쥐꼴로 계속 비를 맞으면서 달릴 수는 없는 법. 결국 어딘가에서는 지붕을 닫아야 하는데 그럴 장소까지 가다가 홀딱 젖는다면 이보다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어릴 적 하던 농담처럼 ‘비 사이로 막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빠르게 달리면 정말 비를 안맞고 달릴 수 있을까요? 

정수리가 타들어가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열어봐야 합니다 / 사진 : 박찬규

◆에어로다이나믹은 생각보다 더 멋진 개념
 
정답은 ‘가능하다’입니다. 일정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운전자는 비를 맞지 않고 달릴 수 있습니다. ‘겨울에 오픈에어링 해도 전혀 춥지 않다’ 처럼 얼토당토 않은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가능하긴 합니다. 물론 계속 달려야 한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어쨌든 비를 맞지 않는 이유는 '공기의 흐름' 때문입니다. 자동차제조사들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공기흐름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공기가 자동차의 앞부분에 부딫히고, 보닛을 따라 흐른 공기는 다시 앞유리를 만나 다시 유리의 경사를 타고 지붕으로 향합니다. 이 때 일반적인 세단이나 SUV, 쿠페처럼 뚜껑이 닫힌 차들은 공기가 지붕을 타고 뒤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오픈카는 다릅니다. 세차게 불어온 바람이 운전자가 앉아있는 캐빈 공간에서 지나갈 길을 잃으면서 소용돌이 치게 됩니다. 와류(渦流)현상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이런 불편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런 와류를 줄여주는 판, 즉 '윈드 디플렉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붕을 열고 달리면 갈 곳을 잃은 공기가 캐빈에 모여들고 차 위로 흘러가는 바람 때문에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렇게 공기가 갇히면서 압력이 높아지고 이 때 그 위로 공기가 계속 지나간다면 운전자는 비를 맞지 않고 운전할 수 있게 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L클래스의 풍동실험 / 사진출처 : Daimler Group Media

미리 언급했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나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빗방울이 캐빈으로 들어오지 않을 만큼 충분한 압력이 생기려면 일정 수준의 '속도'가 필수입니다.

자동차마다 앞유리 각도가 달라 공기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시속 몇km 이상이면 무조건 비를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BMW Z4는 시속 75km 이상에서는 비를 맞지 않고 달릴 수 있고 유사한 형태의 마쯔다 MX-5는 시속 72km 이상이라면 운전자가 젖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윈드 디플렉터'가 장착된 차는 더 빨리 달려야 합니다. 윈드 디플렉터의 목적은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함입니다. 오픈카를 타고 멋지게 달리는 운전자의 헤어스타일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목적인 셈이죠.

하지만 비가 올 때는 이것 때문에 캐빈에 충분한 압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달려야 빗방울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이 역시 모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윈드 디플렉터가 없는 차보다 시속 10km 이상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차종과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붕을 열고 달려도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오픈톱 로드스터가 로망인 이유가 있습니다 / 사진 : 박찬규

◆그렇게 하면서 오픈카를 타야 해?
 
컨버터블, 로드스터, 카브리올레 등 지붕이 열리는 오픈카를 타는 사람이 고민할 가장 원초적인 질문은 '그렇게까지 오픈카를 타야 하느냐'가 아닐까요.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많거든요. 그럼에도 상쾌한 공기가 차 안으로 쏟아지고 멋진 하늘을 즐기며 달릴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은 다른 어떤 차와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신형 차종엔 춥거나 더울 때도 탈 수 있도록 넥워머도 달려 나오는 게 아닐까요. 오픈에어링을 하는 횟수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동시에 맞으며 달리는 퇴근길은 적지 않은 불편함 속에서도 “이 맛에 이거 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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